이지훈 같은 카심바 슬롯이 왜 필요했을까

본격적인 카심바슬롯머신 사이트의 탄생인가. MBC 월화드라마 저녁 같이 드실래요 에서 우도희(서지혜)의 전 남자친구 정재혁(이지훈)은 갈수록 범죄의 냄새를 풍긴다. 그가 어딘가 멀쩡한 겉모습과는 다른 숨겨진 이면이 있을 거라는 암시는 그를 우연히 길거리에서 본 키에누(박호산)가 충격을 먹고 숨는 장면을 통해 전해진 바 있다. 어쩌다 편의점 앞에서 노숙을 하는 키에누는 알고 보니 김해경(송승헌)의 선배 의사였다. 그런 그가 노숙을 하게 된 것 역시 정재혁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어쨌든 정재혁이 위험인물이라는 건 키에누가 말쑥하게 차려입고 김해경을 찾아와 그를 조심하라고 일러주는 대목에서부터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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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헤어진 사이지만 집 앞까지 찾아와 기다리고 외면하고 가려는 우도희의 손목을 잡는 행위는 전형적인 스토킹이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그 상황에 카심바슬롯 사이트에 나타나 구해준 김해경을 우도희는 '남자친구'라고 거짓말한다. 그러자 정재혁은 김해경의 병원까지 찾아와 엄포를 놓는다. 우도희를 위해서라면 자신은 어떤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초반 함께 저녁을 먹는 디너메이트로 만나 점점 가까워지는 김해경과 우도희의 달달한 멜로를 그렸지만, 이제 서로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새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상대방의 정체에 대해 모른 체 저녁을 함께 하는 사이로만 만나는 게 그들의 룰이었지만 김해경의 정체를 알게 된 우도희가 결국 선을 그어버린 것. 과거 우도희는 방송 섭외 문제로 김해경과 갈등을 빚은 적이 있어서였다. 하지만 이들의 멈춰버린 관계를 다시 이어주는 건 이들 관계에 방해자로 나선 카심바슬롯머신 사이트의 인물들이다.

정재혁과 진노을(손나은)이 그들이다. 이들에 의해 김해경과 우도희는 서로의 진면목이 드러나게 된다. 그런데 너무 달달해져버린 이야기에 자극제가 필요했던 것일까. 우도희에 집착하는 정재혁은 그저 방해자나 상심한 전 애인의 차원을 넘어서 범죄자의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집안 벽면에 우도희의 사진을 붙여 놓고 보는 장면은 마치 스릴러의 한 장면처럼 보이고, 일부러 나사를 풀어놓아 사고를 내고 마치 자신이 우도희를 구해낸 것처럼 위장하는 모습 역시 범죄자의 그것이다. 무엇보다 끔찍하게 느껴지는 건 카심바슬롯 사이트에서 문을 잠가놓고 우도희를 벽으로 몰아붙이듯 가까이 다가가는 장면이다. 타인에 대한 경계를 존중하기는커녕, 무시로 넘어오는 정재혁의 행위들은 그 자체로 성범죄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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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김해경과 우도희 사이의 조금은 냉랭해진 관계가 더 끈끈해지길 바라게 되는 마음은 분명히 생겨났다. 김해경이 이제 대놓고 슬롯머신 사이트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대목이 설득력을 갖게 되는 이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재혁이라는 인물을 범죄자이자 빌런으로까지 몰고 가는 이야기는 어딘가 장르적으로 엇박자를 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저녁을 같이 먹는다는 행위를 통해 그 관계를 이야기하는 드라마다. 카심바 슬롯사이트에서 같이 밥이 먹고 싶어졌다는 말은 좋아하게 됐다는 뜻을 담아내고, 같이 밥 먹는 게 불편하다는 말은 이제 마음이 멀어졌다는 뜻을 담는다. 나름의 재미와 의미가 담긴 이야기지만 어딘지 너무 쉽게 예측 가능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달달한 이야기에 다소 이질적인 자극제로서의 쓴 맛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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